그녀는 딱히 말을 좋아하는 사람은 아니었다. 말을 실제로 마주치면 좀 멋지긴 했지만 먼저 찾아 나서지는 않았다. 그래서 말이 다른 방향으로 가버렸을 때 실망하기보다는 버스에 와 다시 안심했다. 그녀의 좌골이 모두 플라스틱 좌석 커버에 닿았다. 좋네. 어깨를 툭 떨궜다. 말의 갈퀴와 목덜미에 매달리느라 겨드랑이 쪽이 미묘하게 얼얼했다. 내려다보니 말의 거죽이 닿았던 몸통 부분에서 온기가 느껴졌다. 가슴의 모양이나 배의 완만한 곡선 같은 구체적인 몸의 형태를 살피지 않으면서 그냥 몸통 전체를 바라봤다. 그녀는 청바지를 입고 있었는데 꽉 끼지는 않지만 딱 맞았고 그녀의 다리는 가늘지 않고 인상적으로 탄탄했다. 스웨터 천의 질감에 자동으로 시선이 집중됐다. 뜨개질 방식에 따라 줄과 선이 패턴을 형성했다. 이음매는 천의 흐름에 꼭 필요한 중단을 만들어냈다. 천은 버스가 움직이면 다르게 접혔다. 마치 눈을 들어 올리는 법을 잊은 것 같았다. 그녀는 턱을 가슴에 붙인 채 잠시 사라졌다. 다시 말 위에 있었는데, 이번에는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 어두운 것도 밤도 아니었다. 밀도 높은 어둠을 자각했지만 그건 마음을 어루만지는 고요로 둘러싸이는 경험이었다. 말의 움직임과 자기 움직임을 가장 먼저 느낀 것은 다리 안쪽이었다. 말 등과 몸통에 난 털 한 올까지도 바지의 천을 통해 느낄 수 있었다. 말과 그녀의 다리에 돋은 수천 가닥의 솜털이 그들의 움직임을 하나로 직조했다. 그들 사이에 형성된 질감은 둘이 움직이면서 계속해서 함께 변했다. 때로는 거칠었고 저항이 느껴지다가도, 갑자기 그 털들이 같은 방향으로 동시에 움직일 때면 미끄러지듯 부드러웠다. 말의 근육은 아무런 제약 없이 선명하게 느껴졌고, 그 몸통을 감싼 다리에 힘이 들어가면서 그녀는 자기 허벅지 근육이 만들어내는 압박을 느꼈다. 둘의 근육은 그녀가 접근할 수 없는 지식의 형태로 비밀을 교환했다. 자기 근육이었지만 그 교환에서 그녀는 전적으로 배제되었다. 처음에는 불편했지만, 감정이 가라앉자 자기 근육에 대해 아무런 권리도 갖지 못하는 이 상황에 들떴다. 그녀가 몸이 보고를 올리는 상관이 아니라면? 그녀의 머리로 접수되는 것은 실제로 일어나는 일의 파동에 불과하다면? 그녀가 경험하는 것은 이사회에 초대받지 못하는 건물의 파사드일 뿐이라면? 말의 목에 팔을 두르고 상체를 말의 갈기에 기댔을 때, 그녀는 둘의 심장박동을 조율할 수 있었다. 두 심장은 같은 속도로 몸에 피를 뿜어냈다. 그들의 숨소리는 서로의 품으로 떨어져 내렸다. 그건 박동이나 리듬보다는 곧 월동을 떠나는 가을 철새 떼에 더 가까웠다. 그녀는 말의 몸으로 가라앉고 있었고, 그 거죽을 투과해 살 속으로 흘러내리는 자신을 느꼈다. 따뜻한 감각이 그녀를 둘러쌌다. 둘은 온갖 건물 사이를 지나며 날고 있었음에도 아주 느린 감각이었다. 고요했고, 물결치는 흐름이 그녀를 들어 올렸다. 말의 몸은 도착이라는 개념 없이 떠오르고 떨어지는 거대한 파도 같았다. 그녀가 있는 곳에서는 파도가 밀려 들어오는 것을 느낄 수 있었고 파도가 깨져 푸른색과 흰색으로 뒤섞이기 직전의 강렬한 느림을 흡수할 수 있었다. 파도가 찾아올 때마다 그녀는 변화를 경험했는데, 처음에는 무시할 정도로 작았지만, 파도가 그녀를 완전히 뒤덮었을 때 변화는 어느덧 거대한 힘을 축적한 것처럼 느껴졌다. 구르는 움직임이 몸 안에 진동하며 그녀를 사로잡았다. 파도로 떨어지기 직전, 바람이 폐를 가득 채웠고 그녀는 눈을 감았다. 몸. 그녀의 몸인 동시에 그녀의 몸이 아니었다. 눈을 다시 떴을 때, 그녀는 다시 풀밭과 태양과 바람이 머무는 초원에 와 있었다. 그녀인 동시에 그녀 하나만은 아닌 태양이 조건 없는 온기를 내어주었다. 태양은 경계가 필요하지 않았고, 경계를 갖고 있지도 않았다. 보여주고 싶은 것도 없이 존재 그 자체에 머물렀다. 그곳에는 효율성도, 진자의 운동도, 측정되어야 할 거리도 없었다. 풀밭은 모든 곳에 펼쳐져 있었고 발아래에도 없지 않았다. 태양은 그녀 안에 있었지만, 그녀가 눈을 떴을 때 저 위에 떠 있기도 했다. 그녀는 저 위에 있는 태양과 여기 밑에 있는 태양 모두의 일부였다. 그녀와 태양은 한순간에 두 장소에 있었다. 아니, 한 장소에 두 순간에 있었다. 버스를 같이 탄 사람이 있었다. 옆에 앉은 친구가 점점 더 인내심을 잃는 것을 느꼈다. 그녀는 안식처를 떠나, 풀밭과 태양과 바람에 작별인사했다. 둘은 스쳐 지나가는 도시의 질감을 같이 느꼈다. 친구와 다시 함께 있는 것도 좋았다. 이러니저러니 해도 그들은 나란히 앉아 있었고, 나란히 앉는 것은 조약이자, 뒤섞임이자, 변덕스러운 연속이니까. 친구와는 풀밭과 태양과 바람이 있는 초원을 공유할 수 없다는 것을 알았다. 하지만 그녀가 그 경험을 전달할 수 없는 것처럼, 친구도 비슷한 성격의 장소를 알고 있을 것이다. 그녀는 생각했다. 나란히는 하나가 되는 것이 아니다. 유기적인 하나가 되려는 운동이 아니라, 공유될 수 없는, 공유해서는 안 되는 것, 그렇기 때문에 나눌 수 없는 것을 받아들이는 것이다.